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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끝에 중국 베이징 영사관에 들어간 탈북자가 2년 6개월이라는 영사관 지하실 생활을 견디다 못해 영사관을 빠져나와 수천 ㎞의 탈출을 감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탈북자 김미옥(가명·21·여)씨는 지난 2009년 탈북구호단체인 북한정의연대의 도움으로 간신히 베이징에 있는 한국 영사관에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김씨는 탈북한 지 6년 만에 중국 옌볜 등을 전전하며 매일 중국 공안에 붙잡힐지 모르는 불안한 시기를 보냈다.

베이징 영사관 진입으로 강제 북송의 위험에서 벗어난 김씨에겐 다른 고비가 남아 있었다. 북한정의연대는 “김씨는 거처로 배정된 베이징 영사관의 지하에서 우리 외교통상부의 무신경으로 무려 2년 6개월동안이나 머물러야 했다”며 “베이징 영사관에는 김씨처럼 한국에 오지 못하고 2년여를 지하에서 머무르다 자살을 기도하는 탈북자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보다 늦게 영사관에 들어온 다른 탈북자가 먼저 한국으로 입국으로 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좌절했다. 북한정의연대는 “영사관의 지하실 생활에 참다못한 김씨가 지난 7월 베이징 영사관 관리에게 ‘나 언제 한국 가냐’고 물었지만, ‘나갈 수 있으면 나가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김씨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영사관을 나와 독자적인 한국행 탈출을 시작했다. 김씨가 아무런 제제 없이 영사관을 나온 사실은 우리 외통부의 탈북자 관리가 얼마나 부실한지를 알 수 있는 단면이라고 탈북자 관련 NGO들은 지적한다.

영사관을 나온 김씨는 북한정의연대에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정의연대 대표인 정베드로 목사는 “김씨의 도움 요청을 받고 우리 정부의 무책임한 처사에 분노가 일었다”며 “중국 공안에 잡히면 북송될 위기에 처한 김씨가 영사관 밖으로 나가도록 방임한 우리 정부는 살인 방조 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 달여의 이동 끝에 다행히 현재 태국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정 목사는 “대한민국 헌법은 탈북자를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규정한다”며 “김씨의 사례는 탈북자 보호에 관한 외통부의 직무유기가 전임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바뀐 이 시점까지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북한정의연대는 김씨의 사례를 근거로 탈북자 보호에 관한 외교통상부의 직무유기를 국가인권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 관련해 외교통상부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