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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 고문 소리에 공포”… “정보 캐고는 혐의 뒤집어씌워”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 중국공안 출신 이규호씨(오른쪽)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탈북자 인권유린 및 한국인 고문사실 증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탈북자 고문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중국 공안당국의 무자비한 전기 고문과 폭력행위는 최근 석방된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49)만의 사례는 아니었다.

한국인 사업가나 인권단체 회원들이 중국당국에 체포돼 잔혹한 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1일 서울 효자동 옥인교회 앞에서 열린 중국 공안 출신의 중국교포 이규호씨(41) 기자회견에는 중국 현지에서 고문을 당한 피해자들이 함께 나와 중국의 인권 침해사례를 폭로했다.

이날 이씨의 기자회견에 동석한 북한정의연대 정 베드로 목사도 중국 공안에게 당한 인권침해 사례를 공개했다.

정 목사는 2003년 탈북자들의 한국총영사관 진입을 돕다가 베이징역 앞에서 현지 공안에 붙잡혔다. 중국 공안은 정 목사의 얼굴에 검정 두건을 씌운 채 조사실로 데려갔다. 이들은 사흘간 잠을 재우지 않고 정 목사를 조사했다. 정 목사는 “당시 옆방에선 고문받는 소리가 심하게 들렸다. 그때 ‘확실히 얘기 안 하면 (너도) 저런 고문을 당할 수 있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는 동안 변호사나 영사 접견은 허용되지 않았다. 외부와의 모든 연락도 차단됐다.

정 목사는 “30㎡가량 되는 방에 25~30명의 수감자들과 함께 1년 반 동안 수감돼 있었다”며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꼼짝 않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게 하는 것도 고역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해 듣기로는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북한인권활동가들이 중국 공안에게 의자에 온몸이 밧줄로 묶이거나 강제로 물을 먹는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1998년 탈북한 뒤 2000년 한국에 입국한 유상준씨(50)도 지난해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 중국에 갔다가 중국 안전국에 체포돼 20여시간 조사를 받았다.

유씨는 “저녁이 돼 여관에 들어갔는데 안전국 직원들이 들이닥쳐 5분 이상 두들겨 팬 후 룽징(龍井)시 용문파출소로 데려갔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치사하고 더러운 방식으로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때리는 것은 물론 옷을 다 벗긴 채 사지에 수갑을 채우고 겨드랑이를 간지럽히거나 젖가슴을 주물렀다”고 말했다.

유씨는 “우선 잡아 놓고 때리면서 정보를 캐고 혐의를 만드는 게 그들의 수법”이라며 “중국은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을 무작정 잡아들여 그런 식으로 조사해 놓고 ‘모른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규호씨는 “근무지인 중국 선양시 서탑파출소 관할구역은 탈북자는 물론 한국인과 조선족이 많이 살아 선양의 ‘코리아타운’이라 불렸던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출소가 한국 사람을 많이 상대하면서 한국 사람을 때리거나 협박하는 일도 잦았다”고 말했다.

2010년 5월 이씨가 알던 한국인 여성 김모씨가 사업을 하면서 빌린 돈 4000만원을 갚지 못하자 10여명의 채권자들이 김씨 집에 몰려와 빚 독촉을 했다. 김씨는 선양시 ㄱ파출소에 도와달라고 신고했다.

그러나 파출소에선 김씨와 채권자들을 불러 “이건 돈거래 문제이기 때문에 법원에 가서 해결하라”고만 하고 돌려보냈다.

빚쟁이들은 김씨의 집에 다시 몰려가 10시간 넘게 김씨를 괴롭혔다. 김씨는 견디다 못해 ㄴ파출소에 신고했다. 그러나 ㄴ파출소는 신고자인 김씨를 되레 조사했다.

김씨는 40여시간이나 2개 파출소를 전전하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그는 폭력을 견디다 못해 경찰 앞에서 “돈을 갚겠다”는 각서를 쓴 채 풀려났다.

이씨는 “김씨가 돈을 갚겠다고 했는데도 중국 경찰은 그를 위협적으로 몰아붙였다”며 “여권을 뺏고 가혹행위를 했다”고 말했다.